1960년대에 빠르게 발전하여 많이 적용된 Steel Box Girder교가 1970년을 전후해서 연이어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한다. 1969년 오스트리아 Fourth Danube Bridge 공사 중 좌굴로 인해 심각한 변형이 발생했고, 6개월 후 Britannia Bridge가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붕괴되었으며, 얼마 후 건설 중이던 Cleddau Bridge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35명이 사망한 호주 멜버른 West Gate Bridge 붕괴사고, 1971년에도 독일 Koblenz 지역에 건설 중이던 교량이 붕괴되어 12명이 사망했다.
Season2-Episode9에서는 이 중 명백한 설계오류로 무너진 Cleddau Bridge(Milford Haven Bridge라고도 한다)를 다룬다.
방송 내용 중 붕괴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지점부 다이아프램(diaphragm) 두께가 3/4″로 설계되었으나 설계도면에는 3/8″로 표기한 drafting error로 인해 다이아프램이 좌굴파괴되면서 교량이 붕괴되었다.
(편의상 방송화면을 캡처해서 오류 부분을 표시함)
“여기 도면을 보면 판의 두께가 3/8″(9mm)로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3/4″(19mm)였어야 했습니다. 이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 구조물의 안정성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두께가 3/8″에서 3/4″로 두 배 차이가 나는 건 굉장히 큽니다. 엔지니어로서 3/8″ 두께를 보면 ‘튼튼하지 않다’고 생각하죠. 특히나 이렇게 큰 하중을 지탱해야 할 구조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정도 크기의 구조물에서는 9mm 정도 차이가 아주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결정지었고, 우리는 이제 그 결과가 재앙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교량과 West Gate Bridge 사고를 계기로 영국 정부는 메리슨 위원회(Merrison Committee of Inquiry)을 설립하고 박스 거더 교량의 설계 및 시공 방법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겼다. 위원회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토목구조 전문가로 구성되었고, 1973년 2월에 최종 보고서 ‘강박스 거더 교량의 설계기준 및 시공법에 대한 조사(Inquiry into the basis of design and method of erection of steel box-girder bridges)’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교량에 대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설계 및 시공 기준을 제시하였고, BS 5400 (British Standard 5400)의 기준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다. 위원회는 교량 설계 및 건설의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4가지 핵심 절차를 권고하는데
- 최종설계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An independent check of the engineer’s permanent design)
- 시공 방법 및 가설공사 설계에 대한 독립적인 검토(An independent check of the contractor’s method of erection and temporary works design)
- 엔지니어와 계약자 간의 명확한 책임 할당(Clear allocation of responsibility between the engineer and the contractor)
- 엔지니어와 계약자 모두 현장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감독원을 배치(Provision by both the engineer and the contractor of sufficient adequately qualified supervisory staff on site)
간단히 말하면 “설계 검토, 가설 검토, 책임 명확화, 현장 감독 강화” 이 네 가지를 의무화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규칙만 믿지 말고,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실수를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문화, 검토 절차, 책임 구조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며, 기술과 규칙만으로는 인간 실수를 막을 수 없음을 인식했고, 이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의 건설(설계 및 시공)관리 체계가 정립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위원장을 맡았던 Alec Merrison경이 보고서 결론부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담았는데 Merrison 보고서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구다.
No amount of writing of design codes and writing of contracts can in the end be guaranteed to prevent the results of stupidity, carelessness or incompetence. But one can do a great deal to discourage these vices and that must be done.